홍대 클럽밴드의 PLAY

분류: Play Life/그라운드 리뷰 작성일: 2010.04.06 14:38 Editor: 그라운드지기

슬슬 날씨가 풀리고 봄이 되니 나른하고 기운도 없네요. 요새 일하느라 친구들도 못 보고, 매일이 바쁘고 특별한 의미를 찾을 수 없이 무미건조하다는 생각도 많이 들고요. 모처럼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홍대 클럽 갈 건데 같이 가자고 그러기에 그러자 하고 pm.7시 쯤에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예전엔 홍대를 자주 갔었는데, 한 5년 전쯤? 간만에 신나게 흔드나 싶었는데 친구가 밴드 공연을 볼거라고 그러네요.

홍대역 2번 출구로 나와서 요리 조리 골목 돌아서 끌려간 곳은 클럽 “라이브앤 라우드”. 입구를 내려가니 방음문이 나오고,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이미 공연이 한창이었습니다. 첫 느낌은 ‘나쁘지 않네.’ 정도. 락 밴드 공연은 예전에 경험했던 일렉이나 힙합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음.. 친숙하고 편안한 느낌이랄까. 고등학생 때 잠깐 학교 친구들끼리 밴드를 했었는데요, 그래서인지 고향의 안방에 온 기분. 클럽에서 공연한 적은 없었고, 워낙 소소하게 연습삼아 했던 거라 실제 공연을 보러 가본 적도 없어서 공연은 오늘이 처음이었습니다.

첫 무대는 “애쉴리스핑거” 라는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이루어진 3인조 밴드였는데요, 듣기로는 기존 밴드들의 카피곡과 함께, 자신들의 오리지널 곡들까지 다양한 연주를 한다고 하네요. 베이시스트의 연주에 몰두하는 표정이 인상 깊었습니다.

두 번째 등장한 밴드는 “마지막 토스트”라는 재밌는 이름의 밴드가 나왔어요.이름부터 재밌네요.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로 이루어진 4인조 밴드인데요, 위트 있는 이름처럼 펑키 스타일의 락을 보여주더군요. 근데 왜 이름이 “마지막 토스트”인거지? 머리 긴 분은 누가 봐도 락커, 연주하실 때 얼굴이 안 보일 정도로 헤어스타일이 대단하심ㅋ안정된 연주와, 오리지널 곡에 이어 중간에 귀에 익숙한 유명 광고 히트곡들(롯ㅇ껌, 스크ㅇ바, 브라ㅇ콘, 맛ㅇ산 등등)의 펑크 리믹스 메들리가 나올 땐 자동으로 흥얼거리게 되네요ㅋ 문득 이렇게 밴드끼리 모여서 이런 노래 저런 노래 리믹스해서 부르고 놀아도 즐겁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세 번째 밴드는 “가라오케 xo”... 기타, 드럼, 베이스, 보컬의 4인조 혼성 밴드였는데요, 오늘 공연하는 밴드 중 유일한 홍일점이 계신 팀이었습니다. 아까 입구에서도 다른 분을 봤지만, 의외로 여성 분들도 밴드 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듯. 알고 보니 오늘 공연 한 밴드 모두 직장이나 학교를 다니며 1년 가량 틈틈이 모여 연습하는 취미 밴드라고 그래서 좀 놀랬어요. 어쩐지 프로라고 하기엔 좀 덜 다듬어진 느낌이 나긴 했는데, 워낙 재밌게 빠져들어서인지 프로다 아마추어다와 같은 생각을 해볼 겨를도 없었네요.음.. 전 회사 갔다오면 녹초가 되는데,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 시간을 맞춰서 연습하고, 또 관객들 앞에서 당당하게 보여주고 즐긴다는 점이 멋있고 왠지 부러웠습니다. 아마추어라서 더더욱, 순수하게 놀이답게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인가란 생각도 들고요. 그들에게는 힘든 연습도, 관객들 앞에서 모든 것을 드러내야 하는 공연까지 모두 그들만의 노는 방법인 듯.

공연이 끝나고 밖으로 나와서 첫 무대를 선보였던 “애쉴리스핑거”의 베이시스트와 얘기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몇가지 궁금한걸 여쭤봤는데 친절하게 답변해주시더라구요. 밴드는 주로 어떤 사람들이 모이며, 힘들고 돈도 안되는 데 왜 음악을 하는지, 계속 공연을 할 건지 등에 대해서.

그분 말씀으로는 밴드 멤버들은 대기업 직장인부터 백수, 학생, 자영업자 등 정말 다양하다고 하네요. 그리고 단지 음악을 좋아 한다는 이유가 당연한 것이다보니, 역시 당연히 모이게 되어 음악을 하는 것이고,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음악을 들려줌으로써 함께 공감하는 모습을 보고, 또 같은 뜻을 함께 나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며, 언제든 기회만 된다면 계속 무대에 서고 싶다고.

사실 그동안 생각했던 밴드 이미지는 대개 가수의 꿈을 품고 테잎을 녹음해서 기획사에 보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무언가 꿈을 쫒는 목적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론 상당수가 취미로, 재미로 순수하게 음악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하시더라구요.예전에 각자 생업에 종사하는 중년 아저씨 들이 순수한 열정과 재미로 밴드를 꾸려나간다는 주제의 ‘즐거운 인생’이란 영화 마냥, 프로는 아니지만 삶을 즐겁게 ‘PLAY' 하고 도전하는 아마추어 밴드의 모습이 제 눈엔 프로로 보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에도 오늘 공연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왠지 어렸을 때 친구들 모아놓고 밤새 TV앞에 앉아서 게임하면서 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그렇게 놀 땐 이상하게 안 지치고 마냥 재밌었는데, 어느새 그런 동심과 즐거움을 많이 잊고 살아온 것 같기도 하구요. 우연히 친구 덕분에 무언가 즐거운 상상이 자꾸만 떠오르게 되는 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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