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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Life/Play:er K 리뷰

이상과 현실, 결혼에 대한 지상최고의 악몽 ‘캐서린’

내심 이 게임의 한글화가 결정됐을 때 본인은 “이 게임보다는 다른 게임 한글화가 더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가 한글화를 할 수 있는 타이틀 수는 한정이 있을텐데 왠지 모르게 이 타이틀은 아닌 것 같더군요.
‘캐서린’을 기대했던 게이머 입장에서 ‘발끈’할만한 발언이라는 것은 알지만 일본어 버전이 나왔을 때 당시 일본 게이머 반응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등급이 15세였다는 점이 이 게임의 기대치를 확 낮추는 큰 역할을 했지만요..)
하여튼 ‘캐서린’은 자막 한글화돼 국내 정식 출시됐습니다.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4’와 함께 상반기 최대 기대 한글 타이틀이라는 칭호를 얻으면서 말입니다. (제가 붙인 건 아니고 루XX 커뮤니티 분들이..) 그리고 총 3회차까지 플레이하면서 다양한 엔딩을 봤습니다.

▲ 드디어 악몽으로 걸어 들어가는 주인공 빈센트와 양들...

# 32살 빈센트, 가상 게임 속에서 현실을 이야기하다
5년 사귄 여자 친구를 둔 32살의 평범한 직장인 빈센트 브룩스는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ATM 기기 앞에서 잔액을 확인하고 늦은 저녁 바에서 친구들을 만나 술 한잔 기울이는 지극히 별 다른 특징 없는 그런 사람입니다.
이런 그의 무기력한 삶에 하나의 반전이 나오게 됩니다. 바로 여자 친구의 임신이죠. 빈센트와 동갑인 ‘캐서린’(Katherine)은 임신 사실을 알고 난 이후 빈센트에게 책임감 있는 행동을 원하죠. 그녀는 결혼에 대한 압박부터 그 좋아하는 술과 담배를 멀리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고민으로 늦은 저녁 단골 바인 ‘스트레이 시프’에서 혼자 술을 하고 있던 빈센트는 또 하나의 반전을 겪게 되죠. 아무도 없는 바에 찾아온 한 여성 때문입니다. ‘캐서린’(Catherine)이라는 이름의 이 섹시한 여성은 빈센트에게 접근해 ‘첫눈’에 반했다고 합니다. 


▲ 이렇게 하면 웬만한 남자들이라면 넘어가겠죠.. 이 스크린샷에 낚인 분들 나올 듯

다음날 침대에서 일어난 그는 악몽으로 인해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더 놀랄 일이 있었죠. 옆에 ‘캐서린’이 누워있었기 때문. K가 아니라 C로 시작하는 ‘캐서린’이 말입니다. 정말 현실에서도 절대 생기지 않아야 할 일이 벌어진거죠. 이때부터 그는 고민과 악몽에서 허덕이게 됩니다.
사실 빈센트는 가장 현실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인 결혼이 눈앞에 오면 누구나 그런 걱정을 하기 마련이겠죠. 특히 32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와 마땅한 자금도 없다면 더욱 그렇지 않을까요.
이런 고민으로 머리가 지끈거리고 있다면 당장이라도 현실을 벗어나고 싶을겁니다. 게임 속 섹시한 ‘캐서린’은 고민에 빠진 남자를 현실이 아닌 망상으로 데려다주는 역할을 합니다. 빈센트가 그렇듯 우리가 그렇듯 이런 유혹은 뿌리치기 어렵죠.
그리고 TV에서는 속보를 전합니다. 침대에서 죽은 남성의 사채가 발견됐다는 내용입니다.

▲ 그는 아침에 팬티만 입고 일어나는 평범한 32살 총각입니다.

# 어른의 속사정, 불륜에 빠진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이 게임은 애니메이션급 고화질 영상과 함께 악몽의 계단이라는 퍼즐이 더해지면서 종전에 맛볼 수 없던 새로운 재미를 주는 게임입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일본 특유의 꼼꼼한 게임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기본적인 진행은 총 8일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식입니다. 이곳에서 간단한 몇몇의 선택을 통해 게임의 진행은 분기점을 가지게 되고 이는 결과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요즘 직선 주행 위주의 게임과는 사뭇 다른 진행인거죠.
게임 속 하루는 고민에 빠진 빈센트의 이야기, 저녁 시간 술집 ‘스트레이 시프’에서 주변 인물들간의 대화, 그리고 악몽에서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술집 내에서 행동들은 정말 다양하게 준비돼 있기 때문에 정말 오랜 시간 즐길 수 있습니다.

▲ 술집 ‘스트레이 시프’는 정말 다양한 즐길요소를 가진 공간입니다.

그리고 중심 게임 요소인 악몽의 계단은 불륜에 빠진 남자에게 주어진 가혹한 시련이라는 내용답게 대단한 난이도를 자랑하죠. 그나마 이지 모드는 되돌리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지만 노멀과 하드는 그야말로 지옥입니다. 어휴!
퍼즐의 내용은 간단하게 설명하기에 다소 복잡합니다. 계단을 오르기 위한 조건은 간단하지만 계단을 움직이는 형태는 쉽지 않습니다. 이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변’이라는 개념부터 발판을 만들고 연결하는 방식에 대해 익숙해져야 합니다.
특히 ‘변’과 ‘변’이 닿아서 만들어지는 발판은 후반부에 매우 필요한 요소입니다. 시간 자체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 방식에 적응되지 않으면 정말 순식간에 사망하는 빈센트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근데 규칙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적응 자체는 쉽지 않았습니다.

▲ 정말 많이 보게 되는 장면.. 나중에는 너무 익숙해져 평범할 정도


덕분이 이 게임의 체감 난이도는 배 이상입니다. 아마 최근 나온 게임 중에는 최고이지 않을까 싶네요. 특히 난이도에 따라 계단의 형태가 많이 바뀌기 때문에 순발력은 물론 상황 전체를 분석하는 명석함도 필요하게 됩니다.

필자 역시 이지 난이도는 어떻게든 돌파했는데 노멀부터는 장난 아니더군요. 물론 극복 못할 문제는 아니지만 간만에 ‘끙끙!’ 거리면서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웬만큼 게임에 자신 있는 분이라도 이지로 익숙해진 후에 노멀을 도전하기 바래요.

# 완벽한 한글화와 다채로운 즐길요소, 최대 기대작답다
‘캐서린’은 솔직히 말하면 놓치기 정말 아쉬운 수작입니다. 오랜만에 대중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과 일본 개발사 특유의 다양한 즐길요소는 정말 오랜 시간 이 게임에 몰입하게 만들어주죠.

▲  정말 노멀 난이도부터는 지옥을 보여주는 ‘캐서린’.. 바람 피우지 맙시다!
 

재미있는 점은 멀티 엔딩보다는 술집에서 즐길 수 있는 요소들입니다. 본 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이 게임이 주는 압박은 상당합니다. 워낙 난이도가 있는 것도 있고 한 번 들어가면 몇 개의 스테이지를 연달아 돌파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전에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술집의 존재는 이용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확실한 카드가 됩니다. 이곳에서는 술을 마시면서 신세한탄을 하거나 미니 게임 ‘라푼젤’을 즐길 수 있습니다. 때론 TV를 보거나 쌍둥이 할머니와 의미심장한 대화를 주고 받기도 합니다.

▲  즐거운 미니 게임 ‘라푼젤’ 화면.. 이것도 은근 어렵다

그리고 이곳에서 나누는 대화는 본 게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물론 그들의 대화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지만 의외로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아서 시간을 내서라도 꼭 들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난이도 때문에 조금 고민을 한다고 해도 ‘캐서린’은 정말 놓쳐서는 안되는 게임이죠. 아틀라스의 오래된 경험이 더해진 이 게임은 상반기를 들썩거리게 만들 최고의 게임입니다. 꼭 구입해서 악몽의 계단을 넘어 ‘진정한 자유’를 얻어보시길 바랄게요.

▲  요즘 화장실에서 스마트폰 한다고 안나오는 넘들 많던데.. 남을 배려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