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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Life/Play:er K 리뷰

제임스 본드의 활약상이 PS3™ HD로.. 고전 영웅의 진수 ‘제임스본드 007: 골든아이 리로리드’


매번 글을 적을 때 처음 생각하게 되는 점은 이 게임의 어떤 점이 매력이었는지를 생각합니다. 여러 개의 장점을 생각해서 이야기를 풀 수도 있지만 저는 한 개의 큰 목표 하나를 두고 이야기를 푸는 식이죠. 아마 이번 글은 그런 생각이 가장 깊숙이 들어간 것 같네요.

필자의 나이는 30대 중반입니다. 어떻게 보면 게임 쪽에서도 꽤나 오래 몸을 담고 있었고 변화를 추구하던 문화 산업의 중심에 있기도 한 나이죠. 일종의 문화 과도기를 겪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드라마로 꽉 채워져 있던 방송 채널은 케이블로 확대돼 일본부터 다양한 나라의 인기 작품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게임 역시 일본을 중심으로 하던 시기에서 어느 새 서양으로 산업의 무게가 옮겨갔죠. 여전히 일본은 하드웨어를 전 세계에 보급하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게임 개발은 확실히 서양 쪽 손을 들어주게 됩니다. 물론 온라인 게임의 발전 역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세월이 지나면 문화에 대한 생각이나 가치관은 끊임없이 변하기 마련입니다.

 ▲ 참고로 새로운 007 이야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뜬금 없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나면, 007 시리즈가 이런 변화를 가장 많이 받은 작품이기 때문이죠. 주먹 한대 맞지 않았던 주인공은 어느 새 이종격투기 선수만큼 처절하게 온 몸으로 부딪히는 캐릭터가 됐습니다. 엔터테인먼트 문화가 변화하자 007도 바뀐 것이죠. 세월이 그만큼 흘렀습니다.

예전에 007 시리즈가 가졌던 매력은 그때 당시 불가능해 보였던 (지금은 상용화까지 꿈꾼다고 하더군요) 여러 특수 기술들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특수 기술은 현대화가 됐고 지금은 어느 정도 타협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사실적인 측면이 강조됐다는 겁니다.

시대가 흘러 문화라는 산업은 대중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이게 됐죠. 007 시리즈는 과장되고 거창했던 모습에서 실제 에이전트의 활약상을 다루는 것처럼 거칠고 위험해졌습니다. 특수 무기와 권총 한 자루로 냉전 시대를 휩쓸던 007은 야마카시(프리런닝)를 하고 적과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주먹질을 합니다. 때론 엄청난(?) 고문도 당하죠.

 ▲ 고화질 그래픽으로 돌아온 007은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게임에서도 이런 변화는 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할 “제임스 본드 007: 골든아이 리로디드”가 그것이죠. 이 게임은 영화로도 나왔으며, 타 플랫폼으로 출시된 007 게임이었던 동명의 작품을 PS3™의 고화질 그래픽과 트로피, 그리고 멀티 플레이 요소를 확장해 완전판으로 만든 게임입니다. 예전 영화가 게임이 되고, 게임이 다시 한 번 변화를 겪는 것. 007이 걸어온 길과 같죠.

게임의 원작은 제임스 본드 007 작품 중 1995년 개봉한 ‘골든아이’입니다. 당대 최고의 미남 배우 피어스 브러스넌을 주연으로 내세워 화제가 된 이 작품은 1989년으로 막을 내린 티머시 달튼 시대의 끝이자 지금까지와 사뭇 다른 모습의 007이 나오는 시대의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그전 007이 멋지고 완벽했다면 피어스 브러스넌 시대는 좀 더 위트가 있고 대담한 행동을 보여줍니다.

 ▲ 아쉽게도 주연은 최신 007로 변경됐답니다. (개인적으로는 더 마음에 들지만)


이후 피어스는 온 몸으로 승부하는 007 ‘대니엘 크레이그’(2006년작 제임스 본드 007: 카지노 로얄)이 나오기 전까지 총 5편에서 대 활약을 펼칩니다. 일부에서는 기존 007의 매력을 떨어뜨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의 멋진 모습에 열광했습니다.

골든아이는 피어스 브러스넌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으로서 손색이 없는 작품입니다. 그는 이후 나온 네 편의 시리즈 모두 시리즈가 가진 흥행 기록을 모두 갱신합니다. 숀 코네리와 티모시 딜튼에 비해 많은 비난이 있었지만 어느 새 우리는 그를 2000년대 가장 어울리는 007로 인정하게 되어 버리죠. (개인적으로는 대니엘 크레이그를 가장 좋아합니다만..)

 ▲ 원작에 없던 미션도 즐길 수 있습니다. 꽤나 굉장한 박력이 느껴진답니다.


이야기는 냉전 이후 흔들리는 러시아 내부에 ‘골든아이’라는 무기로 세상을 변화 시키려는 조직을 무마 시키기 위해 나서는 007의 활약을 담았습니다. 이 골든아이는 인공위성을 활용해 지구 어느 곳에 있는 곳도 공격할 수 있는 (그때 당시) 최대의 무기였죠. 컨트롤이 가능하거나 제작이 까다로운 핵을 넘어선 획기적인 공격입니다. 누가 이런 생각을 했을까요?

러시아는 당시 마피아로 인해 매우 위험했고 궁지에 몰린 정부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서 고개를 돌리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007이 활약하기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시기였던 거죠. “제임스 본드 007: 골든아이 리로디드” 게임은 원작의 이야기를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영화에서는 볼 수 없던 몇몇 임무를 추가해 즐길 요소를 더했습니다.

 ▲ 클럽에서의 한판 승부는 영화처럼 화끈하지(?) 않아요~ 스트리퍼 다 어디 갔어?


PS3™로 이식된 골든아이 리로리드는 현재 시대에 맞춰 그래픽과 프레임, 트로피와 멀티 플레이 등 여러 부분에 발전을 추구하게 되죠.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주인공을 피어스 브러스넌에서 대니엘 크레이그로 바꿨다는 점입니다. (만세!) 단순히 그래픽 수준만 높이는 것을 떠나 최신 흐름을 도입했다는 점은 정말 인상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니얼이 합류하면서 더욱 거칠어진 리로디드는 기존 임무 외에도 새로운 내용들이 더해졌으며, 멀티 플레이 부분에서는 여러 가지 지도가 추가돼 무료로 제공되는 PlayStation®Network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 수많은 007들과 실력을 겨룰 수 있게 됐습니다. 프레임이 60으로 증가돼 매우 부드럽게 움직이는 모션은 확실히 기대 이상입니다.

 ▲ 세계 각지를 배경으로 해 정말 다양한 적들과 싸울 수 있죠.


게임의 진행은 총격전과 퍼즐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암살 같은 임무도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시종일관 몰려드는 적들을 상대하면서 추가적인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죠. 러시아부터 두바이, 바르셀로나 등 전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007의 활약은 영화 못지않은 뛰어난 재미로 게이머들을 사로 잡습니다. 한층 선명해진 그래픽도 인상적입니다.

싱글 임무는 캠페인을 수행하는 스토리 모드와 4개의 내용으로 구성된 M16 작전 모드 2가지로 나눠집니다. 영화의 이야기를 즐기고 싶다면 스토리를, 만약 007이 돼 다른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원한다면 M16 작전을 선택하면 됩니다.

 ▲ M16 작전 모드는 엔딩 이후에 즐기면 더욱 좋죠. 007의 빵빵함을 보여주세요!


M16 작전에는 모든 적을 빠르게 제압하는 섬멸 모드와 잠입 상태를 유지한 상태에서 모든 적을 제거하는 잠입, 몰려오는 적들의 공격을 막는 방어, 정해진 탈출 지역으로 냅다 달리는 습격 등이 있습니다. 난이도에 따라 매우 다양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는 매력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동작인식기기 PlayStation®Move 지원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죠. 개인적으로는 아마 지금까지 나온  PlayStation®Move 인식 게임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 아닐까 싶습니다. 움직임부터 자신의 시야로 화면을 조작하는 느낌은 웬만한 게임보다 좋습니다. 덕분에 좀 더 화끈한 총격전을 체험할 수 있게 됐죠.

 ▲ 참고로 멀티플레이에서는 이 친구를 선택해서 싸울 수도 있습니다. (누군지 알죠?)


멀티 플레이 요소는 (북미 게이머들이 너무 잘하는 것을 빼면) 좋습니다. 14개의 맵에서 펼쳐지는 9개의 게임 방식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 즐길 수 있게 해줍니다. 온라인 게임 모드는 보이는 모든 적을 사살하는 분쟁부터 한 방에 죽는 총을 가지고 싸우는 ‘황금총’, 목표를 두고 싸우는 블랙박스와 골든아이 모드, 적의 영웅을 사살하는 ‘영웅’ 모드 등 9개가 존재합니다.

여기서는 악당이나 007, 아니면 일개 병사의 모습을 할 수 있으며, 활약에 따라 얻게 되는 XP를 이용해 좀 더 강력한 무기를 얻게 됩니다. 참고로 화면 분할로 4인이 함께 즐길 수도 있는데요. 이건 웬만큼 큰 TV가 아니라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설원을 무대로 한 팀 플레이는 저격의 무수한 난무로 살벌합니다.


아쉽게도 한글화는 아니지만 원작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저와 같은 30대나 007 시리즈의 팬이라면 이 게임은 정말 해볼 만 합니다. 게임 진행도 즐겁고 총격전 외 잠입이나 퍼즐 요소 등도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하죠. 물론 원작에서 어린 청춘들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애정신(?)이 없다는 점은 그렇지만 게임이 주는 매력은 기대 이상입니다.

딱히 단점을 찾는다면 멀티 플레이에 아시아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쾌적하게 즐기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점 정도겠군요. 조작이나 게임 모드, 탄탄한 콘텐츠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원작의 피어스 브러스넌으로 스토리를 할 수 없다는 점도 단점이 되겠군요. 주말에 여유가 많은 사람이라면 이 게임을 통해 007의 매력에 풍덩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