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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Life/Play:er K 리뷰

수용소 탈출을 노리는 릴과 라아지, 그들을 부추겨 세상 밖으로! 퍼즐 액션 ‘ESCAPE PLAN’


배우 찰리 채플린을 아시나요? 1889년 런던에서 태어난 영국의 대표 희극 배우인 그는 무성영화와 흑백영화로 대변되던 당시 영화 산업에서 ‘슬랩스틱’ 코미디를 주류 장르로 만들어 전 세계를 웃고 울게 만들었습니다.
 
클래식한 음악과 흑백 화면, 그 속에서 열연하는 그의 모습은 아직도 전 세계 영화 팬들의 마음 속에 남아 있습니다. 특히 그가 열연한 ‘키드’(Kid, 1921년)는 단편 영화가 아닌 장편 영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현재의 세계를 풍자하는 첫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찰리 채플린이 가진 해학과 풍자의 범위가 이렇게 넓었나 라는 것과 대사가 없는 흑백의 화면만으로도 보는 이에게 무수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뛰어난 연출이었습니다. 컬러의 시대가 오면서 흑백은 연출의 효과로만 쓰이게 됐지만 흑백 화면에 신기하게 잘 어울리는 클래식의 조합은 뭔가 색다른 매력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 흑백으로 만나는 묘한 퍼즐 게임 ‘ESCAPE PLAN’입니다.

▶ 이 친구가 릴입니다. 오랜 수용소 생활로 피곤에 쩐 직장인 포스를 하고 있죠.

내 손안의 프리미엄, PlayStation®Vita용으로 2월22일 출시된 ESCAPE PLAN은 찰리 채플린의 흑백영화 같은 느낌을 주는 독특한 퍼즐 게임입니다. 정체를 알기 어려운 두 친구 ‘릴’과 ‘라아지’가 넓은 수용소를 나가기 위해 벌이는 좌충우돌 탈출기를 그렸습니다.
 
대부분 흑백 게임이라고 하면 뭔가 구식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한 시도로 생각되기 마련이지만, 특이하게도 ESCAPE PLAN 게임 속에는 그런 느낌보다 오히려 세련된 느낌이 더 많이 듭니다. 흑백과 구시대적인 모니터나 사물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 이 뚱뚱한 친구는 그냥 해맑은 라아지입니다.

▶ 이들을 대충 관리해놓고 탈출하니깐 흥분한 수용소 간부입니다.

게임 속 그래픽 수준은 매우 깔끔하면서도 뭔가 덜 다듬어진 느낌이 듭니다. 개발자들의 센스가 곳곳에 묻어나는 배경의 모습과 흑백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주인공의 모습.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꽤나 살벌한 죽음을 흑백을 통해 웃고 넘길 수 있는 소재로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클래식 음악과 가끔씩 터지는 묘한 박수갈채와 환호는 찰리 채플린의 작품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수용소의 느낌과 너무 다른 클래식 음악은 바쁘게 움직여야 할 주인공들의 상황과 너무 다르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매우 어울립니다. 그래서 더 신기합니다.

 ▶ 우리의 목적은 릴과 라아지를 인도하는 것이겠죠?

▶ 기본적인 게임 화면은 이렇습니다.

 위에서도 간단하게 언급했지만 이 게임 속의 주인공은 릴과 라아지입니다. 그들은 언제부터 이 수용소에 갇혔는지 모르지만 이미 이곳의 생활에 적응해버린 듯합니다. 귀찮은 듯 무심한 그들의 모습은 탈출하겠다는 의욕보다는 “그냥 날 여기 내버려두면 안돼?”라는 느낌이 더 듭니다.
 
그런 릴의 머리를 툭툭 친 후 밖으로 나가게 합니다. 이 게임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그냥 무료한 듯 저의 조작에 반응하는 그들의 모습은 꼭 지친 직장인들이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새로운 삶보다는 일단 수용소에는 없는 햇볕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드는군요.

 ▶ 배경에 있는 방해물을 툭툭 쳐서 밀어 넣으면..

▶ 이렇게 지나갈 수 있게 됩니다. 이 게임의 기본 구조입니다.

꼭 ‘홀쭉이와 뚱뚱이’ 또는 ‘브루스 브라더스’(이걸 아는 당신은 80년대 고전 게임 마니아, 또는 그냥 나이가 많은 사람입니다)를 연상 시키는 릴과 라아지는 완전히 다른 모습처럼 능력에서도 큰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퍼즐 게임은 이 두 명의 조합으로 완성이 되죠.

우선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친구 릴은 작은 키에 의욕이 없어 보이는 듯 축 쳐진 어깨를 게이머에게 내밀고 있습니다. 이 친구는 물(?)을 마시면 다소 흥분하는 경향이 좀 있는데요. 이때 엉덩이를 쪼아 주면 엄청 빨리 이동합니다. 또한 가스를 흡입하면 몸을 부풀려 둥둥 뜰 수도 있죠. 뭐 이런 녀석이 다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 입니다.

 ▶ 릴의 주특기는 이렇게 몸을 부풀려 날아가는 것입니다.

▶ 라아지는 보는 그대로 무게를 활용한 움직임을 보이면 됩니다.

 이와 달리 라아지는 매우 큰 덩치를 자랑합니다. 뭐.. 그래도 한방에 저 세상 가는 것은 동일합니다. 무게를 이용해 나무 판자로 구성된 곳을 훅! 밀거나 점프해서 부술 수 있고 이 친구 무게가 아니면 열리지 않는 문도 많습니다. 자세히 보니까 릴에 비해 이 친구 활약이 다소 적군요.
 
수용소 탈출은 이 두 명의 친구를 터치, 드래그, 그리고 후면 터치 등을 활용해 완성 시켜야 합니다. 조작을 몇 번 하는 가에 따라 평가도 바뀌기 때문에 한 번의 스테이지도 여러 번해서 흔히 말하는 ‘완벽’을 추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터치라는 직관적인 조작과 친절한 한글 인터페이스로 누구나 손쉽게 이 친구들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 트로피도 따고 통과도 했지만.. 평가는 낮군요.

 ▶ 노력해서 모든 챕터의 별 3개를 따보도록 합시다.

예를 들어 이동은 릴의 몸에 손가락을 댄 후 드래그를 하면 됩니다. 정지는 터치. 어떤 액션도 터치 후 해당 동작을 하면 됩니다. 간단하죠? 정면 터치 기능이 릴과 라아지를 위한 것이라면 후면 터치 기능은 적을 반응하게 만들어 이동 시키거나, 양(아무리 봐도 양은 아닌 듯) 등을 움직이게 할 수 있습니다. 사물을 앞으로 나오게 만들거나 넘어지게 만들 수도 있죠.
 
경비병을 처음에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위험한 곳을 후면 터치로 툭툭 치시면 됩니다. 그러면 경비병이 그쪽으로 이동해 “음?..”하면서 살피는데 그러다 트랩이 작동되면 ‘안녕~!’ 하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낭떠러지로 떨어뜨리거나 엘리베이터 아래에 둔 후 요단강을 건너게 할 수도 있습니다. 간단하죠?

 ▶ 뒤에 선풍기를 돌려 연기를 막을 수도 있습니다.

▶ 이렇게 후면 터치를 한 후 적을 유인할 수도 있죠.

 기본적인 퍼즐은 릴과 라아지의 액션으로 구성되지만 사물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는 꽤나 직관적이면서도 순발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순히 ‘이해했다’ 수준으로 접근하면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난이도가 매우 높다는 건 아닙니다. 일반적인 퍼즐이지만 방식이 조금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다소 ‘어떤 것을 눌러야 진행이 되지?’라는 생각 때문에 이것저것을 눌러보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다양한 사물이 반응을 보입니다. 이런 반응은 이 게임에 사용된 유니티 엔진과 엔비디아의 피직스 물리엔진이 결합돼 만든 효과죠. 덕분에 몇몇 장면은 꽤나 신기합니다.

 ▶ 살벌한 곳을 지나가는 릴과..

 ▶ 무게 때문에 느려 어디를 가도 시련인 라아지

 쉽게 이야기하면 이 게임은 사물을 움직이고, 릴과 라아지를 움직인 후 결과를 보는 형태죠. 꽤나 방대한 스테이지이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실수 한번이 정말 마음에 깊게 남게 됩니다. 하지만 단계적으로 밟고 가면 누구나 손쉽게 자신의 두뇌를 자극하면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릴과 라아지, 수용소 간부와의 대립도 꽤나 보는 재미를 줍니다.
 
결과적으로 이 게임은 퍼즐이라는 장르가 PS Vita를 만나면 이렇게나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좋은 예가 아닌가 싶습니다. 몇몇 장면에서는 정말 폭소가 터지기도 합니다. 귀를 즐겁게 해주는 배경음악과 실제와 같은 효과음은 놀랍기만 합니다.

 ▶ 흑백이 주는 묘한 매력이 물씬 느껴지죠?

 ▶ 표지만 빼먹지 말고 전부 모으세요!

천천히 가볍게 퍼즐을 즐기고 싶은 분들이라면 ESCAPE PLAN은 강력 추천입니다. 찰리 채플린이나 옛날 무성영화, 흑백영화에 대한 향수를 가진 분들도 좋습니다. 릴과 라아지에게 자유를 안겨주기 위한 내 손가락의 노력, ESCAPE PLAN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