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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Life/그라운드 리뷰

그라운드 지기가 추천하는 여름에 읽을 만한 만화책 베스트

기상청이 늘 하는 얘기지만-_- 올 여름에도 어김없이 백 여 년 만에 가장 심한 폭염이 예상 된다고 하죠. 더위를 피해 국내외 곳곳의 시원한 곳으로 떠나실 분들도 있겠지만, 집에 들어 앉아 선풍기 옆에서 수박 한 통 잘라 두고 고즈넉하게 시간을 보내는 피서법을 선택하실 분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 역시 곧 닥쳐올 폭염에 대비해 얌전히 방 구석에 앉아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버티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는데요. 아무래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만화책들 한 가득 쌓아두고 있는 것이 제격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 무더운 여름 날씨를 피해 즐길 수 있는 만화책들을 함께 살펴볼까요?

 

#. 더위를 날려버리는 오싹한 공포 만화, 이토 준지의 스페셜 호러 시리즈

(이토 준지 지음, 시공사 펴냄)

 

 [표지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오싹한 스페셜 호러 시리즈]

이미지 출처: yes24 도서

 

가장 확실한 피서 방법은 뭐니뭐니해도 등골 오싹해지는 공포물을 읽으며 간담까지 서늘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죠. 공포 만화의 지존으로 꼽히는 일본의 유명 만화 작가 이토 준지의 스페셜 호러 시리즈 몇 권만 읽어봐도 훅훅 찌는 여름 밤이 아주 서~늘 해질 거에요.

 

이토 준지의 만화는 주로 인간의 본성, 특히 인간의 탐욕스러운 면이나 과도한 집착 등 언뜻 보면 잘 드러나지 않는 추악한 본성들을 콕 집어 파고든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아름다운 여자 주인공들이 괴기스럽고 무섭게 변화하는 장면들에서는 마치 공포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긴장감이 극대화되지요.

 

상상력도 얼마나 뛰어난 지,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설정 속에서 갖가지 공포스러운 일들이 펼쳐집니다. 대체 이 사람은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살고 있을까 궁금해질 정도이죠. 이토 준지는 치과기공사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치과기공사로 일하다 전업만화가로 돌아섰다고 하는데요. 듣고 보니 왠지 괴기만화 작가의 프로필에 매우 어울리는 경력인 것도 같네요.

 

이토 준지의 스페셜 호러 시리즈는 현재까지 총 여섯 권이 발행되었습니다. ‘어둠의 목소리’, ‘미미의 괴담’, ‘신 어둠의 목소리 궤담’, ‘블랙 패러독스’, ‘지옥별 레미나그리고 괴담 찌르기가 그것입니다. 주로 7개 정도의 단편을 모아 두었습니다. 작년 여름에 출시 된 마지막 편 괴담 찌르기미미의 괴담의 지은이 키하라 히로카츠가 실화를 바탕으로 글을 쓰고, 이토 준지가 일러스트 형식으로 그림을 그려 넣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토 준지의 만화를 접해본 적이 없는 분들께 미리 소개해드리고 싶은 캐릭터가 있는데요. 바로 소이치입니다. ‘소이치의 즐거운 일기소이치의 저주의 일기단편의 주인공인 초등학생 캐릭터로, 철분이 부족하다며 못을 씹고 다니는 이상한 아이입니다.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들을 괴롭히려는 생각만 가득해 항상 계획과 음모, 저주들을 실행하지만 어린아이이다 보니 그 과정에서 슬랩스틱 식 개그를 본의 아니게 선보이는 허당 캐릭터입니다.

 

[기분 나쁘게 생겼지만 자꾸 보면 심지어 정이 가는 캐릭터 소이치]

이미지 출처: yes24 도서

 

이토 준지의 괴기함에 도저히 접근할 수 없을 것만 같아 포기하시려는 분들. 살짝 보면 무섭지만 알고 보면 완소 개그캐릭터인 소이치이토 준지의 4차원 세계와 여러분의 정상 세계 간의 간극을 연결해주는 다리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 다섯 살 아이의 눈으로 보는 훈훈한 세상을 만나자, 요츠바랑!

(아즈마 키요히코 지음, 대원씨아이 펴냄)

 

[훈훈한 코이와이 부녀의 일러스트가 담긴 11권 표지]

이미지 출처: yes24 도서

 

이토 준지의 괴기스러운 그림들로 머리가 복잡해졌다면, 머리를 텅- 비우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만화책으로 요츠바랑!을 추천합니다. 다섯 살 꼬마 요츠바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머리 쓸 일도 긴장할 일도 전혀 없이, 그저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을 므흣한 아빠미소로 보고 즐기면 그만이죠.

 

요츠바랑!’일상의 이야기를 소소하게 풀어내는 가족 만화입니다. ‘아즈망가 대왕으로 유명한 아즈마 키요히코의 또 다른 대표작품으로 일본에서는 이미 2008 8월 기준으로 누계 550만부 판매기록을 달성한 바 있는 인기작입니다. ‘요츠바랑 TV’, ‘요츠바랑 리본등의 에피소드를 엮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주로 우리네 삶을 구성하고 있지만 너무 소소하고 익숙해서 별 생각 없이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미 다 커버린 어른들에게는 별 다른 의미가 없는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꼬꼬마 요츠바에게는 하나 같이 난생 처음(!) 접하는 것이기에 그 차이에서 오는 신선함이 재미를 선사합니다.

 

요츠바는 "네 잎"이라는 뜻으로, "네잎 클로버"를 뜻하는 일본어 표현의 일부를 따 온 이름이라고 하네요. 꼬꼬마 요츠바는 언제나 초록색 머리를 네 갈래로 묶고 있지요.

 

요츠바랑!’에는 요츠바와 아빠 코이와이를 중심으로, 코이와이의 친구인 4차원 캐릭터 점보, 옆집 이웃사촌 아야세 가족의 세 자매 아사기, 후카, 에나, 그리고 그들의 주변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이들 캐릭터 한 명 한 명이 가진 매력도 이 만화의 재미를 배가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요츠바 < 요츠바 아빠 코이와이 < 코이와이 친구 점보]

이미지출처:onlyhdwallpapers.com

 

또한, 이 만화는 옴니버스 형식이지만 전체 스토리를 연결하는 복선들이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한 에피소드에서 등장 인물이 취한 어떤 행동이 후에 어떤 에피소드에서 어떻게 스리슬쩍 연결되어 나타나는지를 알아맞히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평범한 이야기를 다루는 이 만화에 한 가지 비범한 점이 있다면, 코이와이가 외국 여행을 하던 중 부모를 잃고 미아가 된 요츠바를 우연히 만나 데리고 살고 있는 양아버지라는 설정입니다. 요츠바를 자신과 동등한 가족 구성원으로 대하며 피보다 진하고, 모성애 보다 강한 독특한 부성애를 보여주는 코이와이의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킵니다.

 

 

#. 당신의 뱃살을 적나라하게 꼬집는 다이어트의 정석, 다이어터

(네온비/캐러멜 글/그림, 다음 웹툰 연재 완결)

http://cartoon.media.daum.net/webtoon/view/dieter

 

[건강한 생활을 위한 본격 다이어트 웹툰 다이어터]

이미지 출처: yes24 도서

 

마지막으로 재미는 물론 실용정보까지 갖춘 만화를 추천합니다.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계절, 이 무더운 여름이 닥쳐서야 살을 빼야겠다는 압박을 받고 계시는 분들, 한시바삐 여름용 몸매를 갖추기 위해 무조건 굶기 내지는 원 푸드 다이어트 등의 다양한, 그러나 극단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을 위한 만화. 바로 다이어터입니다.

 

다이어터는 그림작가 캐러멜과 스토리작가 네온비 부부가 직접 실천한 정석 다이어트 방법을 녹여 낸 웹툰으로, 내용의 진정성(!)에 반한 많은 웹툰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다이어터 어플리케이션, 다이어터 수첩 등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이어트 도우미 아이템도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다이어터의 주인공은 25살의 평범한 직장 여성, 수지입니다. 그녀의 몸무게는 93kg. 성격 좋고 일 잘 하는 호감형 인간이지만, 누가 봐도 심각한 고도비만이라는 사실은 모른 척 할 수 없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혜성처럼 나타나 (빈대 붙어 살면서) 다이어트의 정석을 전수하게 된 서찬희 트레이너. 만화는 의지박약 93kg의 비만녀가 이 빈대 트레이너와 함께 노력해 57kg까지 몸무게를 줄이게 되는 길고 고된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다이어터를 최강 공감툰으로 등극시킨 한 컷입니다]

이미지 출처: 다음 웹툰

 

살 빼야 하는데’, ‘그만 먹어야 하는데’, ‘운동 해야 하는데라고 생각만 할 뿐, 정작 텔레비전 앞 소파에 드러누운 채 과자를 먹으며 내일부터 하면 되지하고 미뤄버리던 수지양의 모습에서 공감대를 찾아냈던 (규칙적인 식습관 및 운동습관을 갖고 있지 않은) 대다수의 독자들은, 결국에는 정상 몸무게와 함께 넘치는 자신감까지 획득한 그녀를 부러워하면서, 또 따라 하면서 그렇게 조금씩 다이어터가 되어갑니다.

 

기럭지와 탄탄한 몸매를 이미 타고 난 모델 같은 사람들이 전하는 다이어트 비법을 찾아보다 괴리감에 빠져 허우적대느니, 불굴의 의지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수지양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읽어가는 편이 오히려 현실적이지 않을까요? 다이어터는 1편 식이조절, 2편 운동적응기로 나누어 발행되었으며 17일 제 3권이 발행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

이토 준지의 소이치와 함께하는 시원한 여름, 요츠바와 함께하는 훈훈한 여름, 수지양과 함께하는 의욕 넘치는 여름. 여러분은 어떤 버전이 가장 마음에 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