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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Life/Play:er K 리뷰

어른을 위한 잔혹한 성인동화 ‘림보’, 소년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였을까


‘림보’(LIMBO)가 처음 등장했을 때 게임 디벨로퍼 컨퍼런스(GDC)는 정말 큰 혼란이 휩싸였습니다. 인디 게임 개발사 ‘플레이데드’(PlayDead)社의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아이디어와 재미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이 게임은 경쟁작이었던 ‘레드 데드 리뎀션’과 ‘매스이펙트2’ 등 대작들을 제치고 GDC 2011에서 6관왕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죠. 이 유명한 게임이 드디어 PlayStation®3에도 출시됐습니다. 좋은 게임을 찾는 이용자들에게 정말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시 이 게임이 화제가 됐던 이유는 흑백의 간단한 그래픽 속에 담긴 심오한 스토리와 게임성 때문입니다. 자신이 아끼던 누이의 죽음을 믿지 못하는 한 소년이 모험을 떠난다는 이야기는 죽음과 삶의 경계에 대한 무겁고도 힘든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고 있습니다.

 ▲ 누이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성인동화 '림보'


이 게임의 시작은 꽤나 충격적입니다. 바로 주인공의 누이가 죽기 때문이죠. 어린 소년에게 죽음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였을까요. 소년은 누이의 죽음을 믿지 못하고 그녀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모험을 떠납니다. 하지만 이것은 곧 또 다른 죽음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림보’는 가장 현실적인 공포인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흑백과 두뇌를 자극하는 수많은 퍼즐로 채우고 있습니다. 거창한 퍼즐이라기 보단 이용자들이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내용들 위주죠. 정말 간발의 차이로 삶과 죽음을 경험하는 모습은 놀랍도록 치밀한 구성에서 나오기에 때문에 더욱 놀랍습니다.
 
누이의 죽음을 본 소년이 깨어난 곳은 숲 속 한복판 입니다. 그곳에서 소년의 누이의 죽음을 쫓아가기 시작합니다. 더욱 무서운 점은 이 스테이지의 구성이 누이의 과거부터 죽음에 이르는 마지막까지를 다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별일 아닌 것 같지만 조금씩 스테이지가 현실로 변하면서 소년은 누이가 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 정체불명의 사람들을 만난 소년.. 그들은 누이와 무슨 관계일까?

더욱 놀라운 점은 이 게임 내에는 단 하나의 대사도 존재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흑백 그래픽과 순간적으로 나오는 죽음 밖에 없지만 게임을 모두 완료하고 난 후에 느껴지는 소름은 ‘림보’가 가진 가장 잔혹하면서도 무서운 현실에 대한 풍자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게임의 조작은 매우 간단합니다. 게임에 대한 그 어떤 설명도 없기 때문에 초반에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단 2분이면 적응이 될 겁니다. 이후에는 엄청난 몰입감과 함께 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게임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게임 진행 내내 있는 퍼즐 형태입니다. 사실 액션, 점프라는 두 개의 버튼, 그리고 십자키 하나로 만들 수 있는 퍼즐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니깐요. 그러나 이 게임은 그런 발상을 비웃기라도 하든 심오하면서 다양한 퍼즐을 게이머에게 제공합니다.

▲ 이 게임 속에서 삶과 죽음은 정말 멀지 않다.

퍼즐의 종류는 순간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액션 퍼즐이 다소 많지만 머리를 써야 하는 부분도 제법 존재합니다. 특히 후반부에 잔뜩 등장하는 복합 퍼즐은 손과 눈, 그리고 머리가 혼연일체가 돼 풀어내야 합니다. 저처럼 머리 나쁜 사람은 시종일관 죽어나가는 주인공의 모습만 잔뜩 보게 되더군요.
 
또한 스테이지의 구성에서도 큰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숲에서 공장, 도시 순으로 연결되는 스테이지에는 그에 어울리는 퍼즐과 다양한 상상력의 도구들이 등장하게 되죠. 숲 속 스테이지 중반에서 만날 수 있는 거미는 정말 소름이 쫙 끼치더군요.
 
거미 외에도 게임 속에는 정말 다양한 이벤트가 존재합니다. 삶을 포기한 사람부터 주인공을 먹기 위해 기다리는 동물, 주인공 뇌에 붙어서 강제로 조종하는 괴물, 그리고 무서운 사람들까지 어느 하나 간단하게 등장하는 일이 없습니다. 흑백의 그래픽의 강점이 느껴지는 부분이죠. 


▲ 숲이 아닌 곳에서도 누이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 없이 주인공을 괴롭힌다

이렇게 완성된 이야기는 꽤나 큰 반전을 게이머에게 안겨줍니다. 물론 여기서는 그걸 이야기하는 건 아니지만 꼭 엔딩을 보는 것이 좋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는겁니다. 저도 처음에 도대체 소녀의 죽음이 무슨 일 때문일까라는 고민으로 시작했거든요.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이 게임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많이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누이의 죽음을 받아드리지 못하는 소년과 알 수 없는 사람들. 그리고 뭔가 이해하기 어려운 스테이지 구성 등은 게이머로 하여금 많은 상상과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참고로 PlayStation®3 버전 ‘림보’는 기존에 출시된 타 콘솔 버전과는 다릅니다. 이 부분은 이야기에 대한 언급이 들어가므로 직접 경험해보시는 것이 가장 좋겠죠. 무거운 현실에 대한, 그리고 슬픔으로 가득한 소녀의 죽음에 대한 궁금증에 다가가 보는 것이 어떨까요.

이것이 바로 성인을 위한 동화, ‘림보’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