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lay Life/Play:er K 리뷰

캡콤의 차세대 얼굴마담 브랑카 ‘오노 요시노리’ 프로듀서, 그는 누구인가?


“고전을 현대 방식으로 재현하는 새로운 시도입니다"

일본의 한 간담회에서 평범해 보이는 한 남자가 등장해 조곤조곤 말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뒤 커다란 영상에서 캡콤의 로고가 지나간 후 익숙한 도복과 얼굴이 스쳐 지나갑니다. 흰색과 빨간색의 두 남자. 20년 넘게 격투의 혼을 지켜온 류와 켄이군요.

엄청난 탄성이 관객석에서 터져 나오고 커다란 게임 로고가 영상의 마지막을 장식할 때는 회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해버렸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4’의 등장. 이 첫 등장을 준비한 남자는 이 와중에도 셀카 찍기에 여념이 없군요. 바로 요시노리 오노(小野 義徳) 프로듀서입니다.

 오노 요시노리 PD의 모습. 그는 최근 캡콤의 얼굴마담으로 사랑 받고 있다

이나후네 케이지, 미카미 신지 등 캡콤의 90년대와 2000년대 초를 이끈 주역들과 세대교체를 선언한 요시노리 오노 프로듀서는 캡콤 격투 게임 시리즈의 간판 타이틀이자 누구도 손댈 수 없던 ‘스트리트파이터’의 새로운 신작을 선보였습니다. 전작으로 10년 만에, ‘스트리트파이터 2’에 이어서는 15년 만에 돌아온 이 타이틀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습니다.

1994년 처음 캡콤에 입사한 오노 프로듀서는 ‘스트리트파이터 제로’ 시리즈의 사운드를 담당하면서 조금씩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스트리트파이터 3'의 사운드 매니저 겸 사운드 프로듀서를 역임하고 이후 '섀도우 오브 로마'와 '신귀무자 던 오브 드림' 그리고 '몬스터헌터 프론티어'의 프로듀서를 거친 후 '스트리트파이터 4'와 '슈퍼 스트리트파이터 4' '스트리트파이터X철권'의 프로듀서로 확고한 자리매김에 성공하죠.

오노 프로듀서의 이런 성공 사례는 예상치 못한 대선전이었죠. ‘스트리트파이터 4’를 선보인다고 했을 때만 해도 내부에서 굉장한 반대를 겪었기 때문입니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게 된 것은 그냥 안 만든 것이 아니라 누구도 손댈 수 없는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역작 ‘스트리트파이터 4’ 게임 화면

이런 부담감을 넘어 게임을 출시한 인물이 바로 오노 프로듀서입니다. 그는 성공 가능성이 낮았던 신작을 여러 가지 변화점을 추구하면서 개선해냈습니다. 먼저 기존 게임이 가지고 있던 특성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강자를 추구하는 게이머들에게는 그것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쉐이빙’과 ‘강제 연결’이죠. 기존에 캡콤 격투 게임에는 ‘체인 콤보’라는 버튼 연속 입력 콤보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약에서 강으로 특정 순서대로 연결하면 콤보가 완성되는 그런 형태입니다. 하지만 이는 너무 쉽고 남발되는 경향이 강해서 캡콤 게임에서는 드림매치(마벨 VS 캡콤 같은..)에만 쓰이게 됩니다.

‘강제 연결’은 체인 콤보 특유의 성향을 가지면서도 그냥 입력하면 연결이 되는 방식이 아닌 정확한 프레임을 성공 시켜야만 들어가도록 했습니다. 같은 형태이지만 정말 고수 게이머들만 할 수 있는 그런 형태가 된 것이죠. 이는 향후 ‘스트리트파이터 4’를 비롯해 후속 타이틀의 인기를 견인하는 결정적인 카드가 됩니다.

그는 국내에서 격투 게임 대회 및 방송에 자주 출현해 ‘한국 사랑’을 알리곤 했다

여기에 독특한 특징을 가진 ‘쉐이빙’이 더해졌습니다. 3단계로 모이면 상대방의 가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설정과 ‘쉐이빙’ 동작 도중 캔슬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게이지가 허락한다면 공격 도중 쉐이빙을 캔슬해 넣을 수 있도록 한 3가지 특징은 ‘스트리트 파이터4’를 즐기는 새로운 재미 요소로 만들어버립니다.

사실 이 2개의 시스템은 당시에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의외의 결과를 이끌어내죠. 바로 한 두달 즐기는 격투 게임이 아닌 꾸준히 즐기고 정진할 수 있는 격투 게임으로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끊임없이 즐기면서 자신의 실력을 상승 시킬 수 있는, 흔히 말하면 정말 오래 즐길 수 있는 ‘스트리트파이터 4’가 되도록 만든 것이죠.

오노 프로듀서는 “요즘 격투 게임들은 매뉴얼을 보지 않으면 즐길 수가 없습니다. 전 기존 시리즈가 가진 틀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게임성에 어긋나지 않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진입 장벽은 최대한 낮추면서도 고수 게이머들도 실력 향상을 추구할 수 있는 그런 게임말입니다. 그것이 ‘스트리트파이터 4’입니다”

 게임의 변화보다는 익숙함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기술에 대해 잘 아는 오노 프로듀서

이미 게임성에서 확고한 틀을 구축한 오노 프로듀서는 마케팅과 프로모션에서도 남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기존의 기판들을 버리고 새로운 기판을 사용했으며, 게임 잡지보다는 대중들이 보는 잡지에 공격적인 광고를 기재했습니다. 대중이 보는 것이라면 TV부터 다양한 플랫폼에 ‘스트리트파이터 4’를 노출한 것입니다.

기존 게임성을 그대로 살린 점 + 기판 변경으로 2D 방식이지만 3D 못지않은 화려한 연출 + 쉐이빙과 강제 연결 등 고수 게이머들을 겨냥한 하드코어한 요소 도입 + 대중을 겨냥한 프로모션 등이 합쳐진 ‘스트리트파이터 4’는 4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게 되죠.

여기에 북미는 물론, 유럽, 아시아, 한국, 일본 등 전 세계를 겨냥한 오프라인 대회부터 팬들과 함께 만날 수 있도록 한 프로모션 간담회, 그리고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한 적극적인 팬 만남 등 요시노리 오노 프로듀서의 새로운 방식은 캡콤의 세대교체를 이끌어내는 쾌거로 연결됩니다.

요시노리 오노 프로듀서는 “개발자들이 신비주의를 추구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현장에 가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게이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들어야 합니다. 여기서 근엄이나 무게가 필요 없습니다. 그들과 함께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열린 자세가 필요한 것이죠”

 그의 넉살 좋은 모습은 오노 프로듀서를 단숨에 캡콤의 얼굴 마담으로 성장 시켰죠

이후 그는 ‘슈퍼 스트리트파이터 4’에서 새로운 캐릭터들과 개선된 온라인 기능을 선보였으며, 전 세계 최대 격투 게임 대회 ‘EVO’에 출전 시키기도 합니다. 아케이드 센터 게이머들을 겨냥한 ‘슈퍼 스트리트파이터 4 아케이드 에디션’도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뭔가 재미있는 일을 기획합니다.

바로 ‘스트리트파이터X철권’입니다. 2D와 3D 격투 게임 최고봉들의 만남으로 전 세계 언론을 들썩거리게 만든 이 희대의 사건은 캡콤의 추구하는 드림매치의 결정판으로 불리며 지난해 첫 공개 이후 줄곤 게이머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오노 프로듀서는 “철권 카츠히로 하라다 프로듀서와 격투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데 이때 우연히 두 게임을 하나로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2D와 3D의 경계선을 무너뜨리는 대신 ‘스트리트파이터X철권’과 ‘철권X스트리트파이터’ 등 2개의 형태로 만들어 각각의 시리즈 특징을 그대로 살리기로 했죠”

 오노 프로듀서와 ‘철권’ 시리즈의 카츠히로 하라다 프로듀서의 모습.. 크로스 펀치!!!

내년 상반기 출시를 준비 중인 ‘스트리트파이터X철권’은 ‘스트리트파이터’ 시리즈의 유명 캐릭터들과 ‘철권’의 유명 캐릭터들이 등장해 싸우는 드림매치 방식의 격투 게임입니다. PlayStation®3를 비롯해 다중 플랫폼으로 출시가 예정돼 있죠. 국내에선 자막 한글화로 출시됩니다.

오노 프로듀서에 대한 일화는 정말 많이 있습니다. 하라다 프로듀서와 함께 요상한 분장을 한 상태로 무대에서 엽기적인 대결을 펼친 것이나 기자를 당황 시키는 뛰어난 언변은 캡콤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방식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매번 독특한 사진으로 가득 채워지는 그의 블로그와 트위터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주요 정보툴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숨기고 가리는 기존의 개발자들 대신 나서고 이야기하는 차세대 개발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결국 이렇게까지 했네요. 두 사람의 명승부는 지금부터 입니다.. 에효

그런 오노 프로듀서가 한국에 옵니다. 이번에는 ‘스트리트파이터X철권’ 게임을 국내 게이머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이고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고 하네요. 오는 26일 용산 PlayStation® 체험존에서 오후 7시에 열리는 '스트리트파이터X철권 DAY' 행사에서는 개발자로부터 직접 듣는 게임에 대한 이야기부터 국내 최초 게임 시연, 오노 프로듀서와 기념 촬영 및 사인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지 벌써부터 궁금해 지네요.^^